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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글의 요지

할머니는 늘 머리를 쪽지고 계셨다. 새벽이면 웃목에 앉아 달 지난 달력종이를 깔아놓고 참빗으로 긴 머리카락을 꼼꼼하게 빗어내린 다음 어떻게 어떻게 돌려 말아 뒷통수에 동그랗게 붙이고 은비녀로 고정시키는 쪽진 머리. 어린 나는 자다깨서 아랫목에 누운 채 할머니가 쪽짓는것을 보고 있는게 좋았다. 달력종이위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주워 들고 일어서며 할머니는 하루를 시작하셨다. 서울로 이사와서 며칠 후 골목 끝에 살던 야매미용사 아주머니에게 가서 머리를 싹둑 자르고 휘리릭 파마를 말고 오신 할머니는 하이고 세상 편하네 진작 할걸. 이라고 하셨지만 나는 할머니의 파마머리보다는 쪽진 머리가 더 좋았다. 이 글의 요지가 뭔지 모르겠다. 그냥 그리움에 관한 얘기로 치자.